아빠가 많이 도와준 집 아기가 밤에 덜 깼습니다
이 글은 아빠에게 보여주셔도 좋습니다.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놀아주고. 아빠가 이런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적어둔 연구가 있어요. 그리고 몇 달 뒤, 그 집 아기가 밤에 몇 번이나 깨는지를 따로 쟀습니다. 두 기록을 겹쳐보니 뜻밖의 그림이 나왔습니다.
아빠가 손을 보탠 집 아기가 덜 깼습니다
2011년 Tikotzky 연구팀이 부부 56쌍을 임신 중일 때부터 따라갔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한 달째, 그리고 여섯 달째에 아빠가 육아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조사했어요.
생후 1개월에 아빠가 많이 도왔던 집일수록, 다섯 달이 지난 생후 6개월에 아기가 밤에 덜 깼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시차입니다. 그날 밤 아빠가 뭘 했느냐가 아니라, 아기가 신생아였던 시절에 아빠가 얼마나 손을 보탰는지가 반년 뒤의 밤에 남아 있었다는 거죠.
"저는 밤에 못 일어나는데요"
괜찮습니다. 연구가 조사한 건 밤이 아니었어요.
기저귀, 목욕, 수유, 놀아주기. 아이와 관련된 하루의 일을 얼마나 나눠서 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낮에 하는 평범한 일들이에요. 새벽에 벌떡 일어나는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낮 동안 아빠 몫이 얼마나 있느냐를 본 겁니다.
그러니 야근이 잦은 아빠도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습니다. 퇴근 후 목욕은 아빠가 맡는다든지, 주말 오전 두 시간은 아빠와 아기 시간이라든지.
왜 그럴까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연구자들이 가능성으로 꼽는 건 이런 것들이에요. 엄마 한 사람에게 몰리던 부담이 나뉘고, 부모가 덜 지치고, 그러다 보니 집 안의 하루 리듬이 덜 흔들린다는 것.
수면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 그림이 낯설지 않습니다. 엄마가 하루 종일 혼자 감당하다 지친 집은 낮 리듬이 자주 무너져요. 낮이 흔들리면 밤도 같이 흔들립니다. 아빠가 낮의 한 조각을 가져가는 것만으로 그 연쇄가 덜 생기는 거죠.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해석입니다. 연구가 확인한 건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이지, 아빠의 참여가 아기의 밤잠을 만들어냈다고 증명한 건 아니에요. 후속 연구들에서도 같은 방향이 반복해서 관찰됐지만, 여기까지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아빠들, 준비되셨나요
이 연구를 상담에서 이야기하면 아빠들 표정이 바뀝니다. 밤을 새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낮에 목욕 한 번, 놀이 한 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오늘 저녁 목욕은 아빠가 맡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대단한 결심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하루가 쌓인 집에서 아기가 밤에 덜 깼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요.
정리하면
생후 1개월에 아빠의 육아 참여가 많았던 집에서 생후 6개월 아기의 밤중 각성이 적었습니다. 56가족을 대상으로 활동량 측정기와 수면일지로 확인한 결과이고, 조사한 항목은 목욕·수유·놀이 같은 아빠 육아 참여 전반이었습니다.
다만 관찰연구라 인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아빠가 도우면 아기가 반드시 잘 잔다는 보장은 아니고, 함께 나타난 경향이 확인됐다는 뜻이에요. 아기 밤잠이 힘든 이유는 월령·기질·수면 환경까지 여러 갈래라, 아빠의 참여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늘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참고문헌
Tikotzky, L., Sadeh, A., & Glickman-Gavrieli, T. (2011). Infant sleep and paternal involvement in infant caregiving during the first 6 months of life. Journal of Pediatric Psychology, 36(1), 36–46. DOI: 10.1093/jpepsy/jsq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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